티스토리 뷰
나는 받는 자의 행복을 알지 못한다. 그리고 이따금 나는 훔치는 것이 받는 것보다 더 행복하리라고 꿈꾸었다.
나의 손이 끊임없이 베푼다는 것. 이것이 나의 가난이다. 내가 기대에 찬 눈들과 환하게 밝혀진 동경의 밤들을 보아야 한다는 것.
이것이 나의 질투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여기서 말하는 “나는 받는 자의 행복을 알지 못한다”는 고백은 주는 행위 자체가 한 인간의 본질적 충동이라는 것을 말한다. 어떤 영혼은 받기보다 주는 데 익숙하고, 주는 순간에야 비로소 자신이 살아 있음을 느낀다. 그에게는 넘침과 흘러나옴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넘침에는 역설이 있다. 끊임없이 베푸는 자는 분명 풍요로우나, 그 풍요는 동시에 ‘가난’이다. 주는 행위가 정체성이 되어 버린 사람은 그 행위를 멈출 수 없고, 멈추는 방법을 잃는다. 그는 넘쳐흐르기 위해 존재하지만, 그 넘침이 계속될수록 더욱 고독해진다. 왜냐하면 베푸는 행위를 통해 자신을 증명해야만 하는 존재는 언제나 비워진 상태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한다. “기대에 찬 눈들과 환하게 밝혀진 동경의 밤들을 보아야 한다는 것, 이것이 나의 질투다.” 베푸는 자는 타인의 기대와 동경을 끌어당긴다. 사람들은 그의 넉넉함에 매혹되고, 그의 손길에서 위안을 받으며, 그의 존재가 주는 빛에 이끌린다. 그러나 바로 그 기대의 시선이 그에게 ‘질투’를 일으킨다. 그는 자신이 끊임없이 필요로 되는 존재라는 사실을 알고 있으며, 그 필요성 속에서 자신이 자유롭지 못함을 느낀다. 모든 이들이 자신을 바라보고, 자신을 기다리고, 자신에게 무엇인가를 기대하는 순간, 그는 도리어 자신이 구속되어 있음을 깨닫는다.
이 고백은 결국 하나의 긴장을 일으킨다. 넘치는 자로 존재한다는 것과, 비워진 자로 남아 있다는 것 사이의 긴장이다.
결국 차라투스트라는 하나의 질문을 던진다. 베푸는 행위가 나의 본질인가, 아니면 내가 놓을 수 없어 붙잡힌 역할인가?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25) - 니체가 말하는 몸, 초인의 시작 (0) | 2025.12.09 |
|---|---|
|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24) - 높이 오르기 위해 버려야 하는 것들 (4) | 2025.12.08 |
|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22) - 겨울을 숨기지 않는 영혼의 고독 (0) | 2025.12.05 |
|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20) - 때 묻지 않은 인식 (0) | 2025.12.03 |
|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19) - 피로 써라 (0) | 2025.12.02 |
- Total
- Today
- Yesterday
- 소크라테스 #철학
- 공자
- 소설
- 아우렐리우스
- 장자 #철학 #동양철학
- 소크라테스 #철학 #서양철학 #진리
- 동양철학
- 스토아철학
- 명상록
- 위버멘쉬
- 니체
- 독서
- 리더십
- 소크라테스 #철학 #서양철학
- 서양철학
- 자유
- 소크라테스
- 내면의여름
- 에세이
- 도스토예프스키 #독서 #한문장
- 영혼
- 제이스조이스
- 차라투스트라는이렇게말했다
- 장자
- 도스토예프스키
- 장자 #동양철학 #철학
- 드빌레르
- 철학
- 초인
- 공자 #동양철학 #철학
| 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 1 | 2 | 3 | 4 | |||
| 5 | 6 | 7 | 8 | 9 | 10 | 11 |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 26 | 27 | 28 | 29 | 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