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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讀)

고전은 항해의 나침반

지하인 2025. 11. 8.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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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는 "고전은 클라시스, 즉 전함이나 함대에서 유래"한 말이라고 합니다. "고전은 질서정연한 책입니다. 배를 탈 때는 모두 그래야 합니다"라고 말한다. 

보르헤스는 “고전(classic)”이라는 단어가 라틴어 classis—즉 ‘전함’이나 ‘함대’를 의미하는 말에서 유래했다고 말한다. 그는 고전을 단순히 오래된 책이나 권위 있는 책으로 이해하지 않았다. 고전이란 ‘질서정연한 책’이며, 그것은 마치 항해를 위해 엄격히 정돈된 배와 같다는 것이다. 바다는 늘 예측 불가능하고 거칠다. 그러나 항해는 질서와 균형, 그리고 엄격한 준비 없이는 불가능하다. 보르헤스에게 문학의 바다를 건너는 데 필요한 배는 바로 ‘고전’이다. 고전은 인간의 지식과 상상력의 항로를 안정적으로 인도하는 체계의 산물이다.

보르헤스가 말한 “배를 탈 때는 모두 그래야 한다”는 표현은 인간의 사유가 무질서로 흐르지 않도록 하는 질서로 이끈다는 의미이다. 고전은 자유로운 사유를 막는 것이 아니라, 자유를 위한 질서다. 보르헤스의 이 통찰은 인간이 언어와 사유의 무한한 바다를 항해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로 하는 ‘정신적 항법’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고전은 그래서 단지 과거의 산물이 아니다. 그것은 늘 현재 속에서 새롭게 항해를 시작한다. 보르헤스 자신이 “고전은 사람들이 늘 다시 읽는 책”이라 한 것처럼, 고전은 시간의 먼지를 털고 새로운 의미로 부활한다. 각 세대는 고전을 다시 읽으며 자신만의 방향을 찾는다. 셰익스피어를 읽는다는 것은 언어의 바다에서 인간의 욕망과 비극을 탐색하는 항해이며, 단테를 읽는 것은 지옥과 천국을 잇는 정신의 여정을 따르는 일이다. 고전은 우리로 하여금 길을 잃지 않게 하는 별자리이자, 폭풍 속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게 하는 닻이다.

 

인생 역시 거친 바다와 같다. 성공과 실패, 기쁨과 절망의 파도 속에서 우리는 쉽게 흔들린다. 그때 필요한 것은 ‘질서정연한 내면의 배’를 갖추는 일이다. 고전을 읽는 일은 단지 지식을 쌓는 것이 아니라, 삶의 항해를 준비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