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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오래 붙들고 싶어도, 우리의 손을 비집고 빠져나가는 것들이 있다. 사람의 얼굴, 그 계절의 냄새, 한때 우리를 사로잡던 열정, 그리고 끝내 우리가 붙잡아 둘 수 없는 삶의 여러 장면들이다. 우리는 잃어버린 후에야 비로소 어떤 것을 더 또렷하게 본다. 붙들고 있을 때에는 익숙함이 주는 우리를 무디게 하지만, 떠나갈 때에는 그 윤곽이 가장 선명해진다.
사라짐은 기억에 남기도 한다. 무엇인가가 우리 삶에서 멀어질 때, 우리는 그동안 무심히 지나쳤던 의미들을 되짚는다. 끝내지 못한 대화가 품고 있던 여운, 다시 오지 않을 젊음과 같은 것은 사라지고 난 뒤에 오히려 더욱 강렬하게 떠오른다. 곁에 존재할 때 보지 못한 것을 사라지고 나서야 깨닫는 이유는, 사라짐이 불필요한 잡음을 지워내고, 실체로 남게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사라짐을 통해 배운다.
또한 사라짐은 우리를 겸손하게 한다. 우리는 삶을 지배할 수 있다고 착각하지만, 사라지는 것들은 언제나 우리의 힘이 미치지 않는 곳에서 움직인다. 우리가 선택하지 않아도 떠나는 것들,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끝나는 순간들은 우리 존재가 가지는 한계를 보인다. 그 과정에서 삶이 왜 이렇게 부서지기 쉬운가를 묻고, 우리는 왜 쉽게 잊고, 왜 마침내 모든 것을 잃을 수밖에 없는가를 질문하게 된다. 이것은 우리를 단단하게 한다.
사라짐은 현재를 더욱 소중하게 만든다. 영원하지 않기에 우리는 더 사랑해야 하고, 붙잡을 수 없기에 우리는 더 깊이 보고 들어야 한다. 사람의 마음도, 관계도, 일상의 순간들도 모두 유한하다. 유한성은 비극이 아니라 축복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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